이십여 년 이상 건설업 분야에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것 중의 하나는 건설업만큼 고용효과가 높은 산업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기획, 설계 등 엔지니어링은 모두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소위 고부가가치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공조차도 대형 장비를 필요로 하는 일부 토목공사를 제외하고는 건설기술자와 기능 인력의 손길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는 사실도 더해진다.
그래서인지 건설업을 흔히 ‘People Business’라고 부른다. 그만큼 건설업에서 ‘사람(인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십년간 우리나라 건설업에서는 사람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 것 같다.
이유는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룩한 70년대나 주택 200만호로 호황을 누리던 80년대, 그리고 해외건설의 2차 성장기를 맞이하였던 90년대 모두 일거리만 있으면 건설업에서 일할 사람은 넘쳐났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건설인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통계상으로는 너무 많아 과잉을 걱정할 지경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등록된 기술자는 무려 77만 4,477명으로 2011년에 비해 16.9%나 증가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건설 및 엔지니어링 업체들을 대상으로 향후 3년 내 건설인력의 과부족에 대한 전망을 질문한 결과 ‘과다’할 것이라고 응답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대부분이 ‘부족’할 것이라 응답하였다. 이러한 통계와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통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술 인력을 연령별로 보면 30세 이하의 청년층 인력의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고 반대로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전체 기술 인력의 9.2%를 차지했던 30세 이하 청년층이 2016년에 와서는 3.9%로 하락했다. 그런데 비중만이 아니다. 인원 수 자체도 6만 939명(2011)이던 것이 3만 363명(2016.10)으로 50.2%나 감소한 것이다.
비단 30대만이 아니다. 31~40세 이하의 기술인력도 그 수(26만 1285명→20만 9,751명)와 비중(39.4%→27.1%)이 모두 감소했다.
인구가 노령화되니 건설인력도 노령화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 취업자 중 29세 이하의 비중은 15.2%로 건설업의 3.9%에 비해 11.3%p나 높다.
더욱이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우리 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된 일본의 경우 건설업 취업자 중 29세 이하 비중은 10.8%(2015년 기준)로 우리의 3.9%보다 6.9%p나 높다.
누구나 인지하는 바이지만, 청년인력의 진입이 중단된 산업에서 비전을 논하기는 어렵다. 현장 기술의 계승이 필수적인 건설산업은 더욱 그러하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 제기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청년 기술인력의 비중이 높은 일본은 일찍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년 6월 기술인력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適正な施工確保のための技術者制度検討会とりまとめ”)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청년층 인력의 진입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검정시험제도를 개선하고, 기사보 자격을 신설하며, 청년층 기술인력을 위한 Career Step을 가시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어 있다.
물론 우리도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국가기술자격제도의 개선이 논의 된지 오래됐지만, 이와 관련된 3개 부처 간의 이해관계로 여전히 근본적인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어떤 유명 개그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아무말 대찬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정 이슈를 두고 전문가의 말잔치에서만 끝나는 세태를 빗대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말잔치가 아니라 실제 대책이 긴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간다면 건설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김민형(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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