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①] 서부간선지하도로, 안전과 예산사이 '오락가락 탁상행정'

집중형vs분리형 바이패스…서울시 행정상 “신뢰성” 오점 남겨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1/25 [18:31]

[현장르포①] 서부간선지하도로, 안전과 예산사이 '오락가락 탁상행정'

집중형vs분리형 바이패스…서울시 행정상 “신뢰성” 오점 남겨

변완영 기자 | 입력 : 2018/01/25 [18:31]
▲ 서부간선도로 환기구 설치공사    


서부간선지하도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동안 소통을 강조해온 박원순 시장이지만, 정착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주민들과 소통의 부재가 심각해 불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공무원들의 안전의식 부재와 시공사도 검증되지 않은 환기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부간선지하도로 10.33km에 이르는 전 구간에 비상 탈출구는 단 3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도 담당 공무원이나 시공사는 안전에 뒷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영덕 신도림 환기구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 공무원이나 구로구청에서는 사고통계를 조작해서 터널에서 사고가 10년에 한번 날까말까 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고, 실제 통계자체도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포함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오락가락 행정에 대해서도 불만 터져나왔다. 생활권과 밀접한 개발계획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아주 소극적으로 알리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서 반응하는 것이 신뢰감을 주지못한다는 불만이다.

 

주수정 구로1동 비대위원장은 “독일의 경우 원전하나 건설하는 데 30년 동안 매달 찬반토론을 통해서 결론을 도출했지만 우리는 겨우 4년 정도 밖에 안 됐고 주민과 토론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예산을 줄일 것인가만 고민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강요식 자유한국당(구로을)당협위원장도 “주민의 행복추구와 건강한 삶터를 보장하기 위해 경제성만 고려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동에 사는 박 모씨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자료공개해서 신뢰를 줘야하는 데 적당히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된다”며 “적극적인 주민들의 요구가 있고 나서야 서울시도 결국 TF팀을 꾸리게 됐다”고 소극적 행정행위를 꼬집어 말했다.

 

▲ 구로1동 환기구  공사현장  

 

한편 서부간선지하도로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 주택가와 초·중·고등학교 밀집지역인데 터널 환기구를 설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화했다.

 

환기구 인근 주민들의 강력 반발에 서울시는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가 굴뚝형 환기구가 아니라 본터널에 우회터널을 만들어 정화장치를 설치하는 바이패스 방식으로 짓겠다고 설계를 변경한 뒤 공사에 들어가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바이패스 방식은 터널 내부의 별도의 흡·배기관을 통해 공기를 정화한 후 다시 터널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터널 내부의 오염된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설계변경 설명회를 열어 바이패스 방식을 분리형에서 집중형으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집중형 바이패스는 원래 굴뚝형 환기구에 있던 공기정화장치와 비슷한 구조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 관계자는 “굴뚝형은 유지하되 평상시 환기는 내부정화시설로 걸러내고 불이 났을 때 연기가 나오는 배연구로만 활용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최재곤 현대건설 공무팀장도 “바이패스은 터널안에서 공기를 정화시켜 터널 안으로 보내는 방식이고 심지어 외부공기를 안으로 집어넣어주는 것은 설계에 반영했기에  유해물질이 거의 제로에 해당 한다”고 말했다.

 

송영덕 비대위원장은 “집중형 바이패스는 민간사업자가 터널 내부 공기질 관리에 실패할 경우 막혔던 굴뚝이 다시 환기구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설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기본 토목총괄과 관계자는 “분리형이나 집중형이나 정화효율적인 측면에서 큰차이가 없지만 분리형이 집중형보다 90여억원 시공상의 예산상 차이가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집중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비대위원장은 “서울시나 현대건설 측은 집중형이나 분리형이나 정화효율이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검증도 되지 않았고, 검증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터널환경학회 이찬우 부회장도 “분리형으로 설치했을 경우 오해의 소지가 없어지지만 집중형으로 설치할 경우 서울시가 관리를 자칫 소홀히 하면 운영을 변칙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지금 서부간선지하도로는 공기정화장치가 미세먼지 90%, 유해가스 80%를 처리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설계됐다. 기존 터널에서 공기정화설비들이 절반 수준의 성능이라 애초 계획보다 공기정화시설 용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TF팀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과 비대위측의 신뢰를 잠재우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서부간선도로 공사 위치도    

 

 

/변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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