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이 제도는 모델하우스를 참고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기존의 선분양제와 달리, 실제 건설공사가 전체 공정의 80%에 이른 시점부터 분양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일정수준 완공된 실물을 보고 구매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후분양제의 도입은 지난 2000년대에도 이미 논의된 바 있다. 그런데도 현 시점에 새삼 후분양제가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동 제도를 통해 분양가와 분양권 가격, 입주시점의 시세간의 가격차를 줄여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이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현 정부의 의지에도 충분히 부합한다.
그 다음으로 제기되는 후분양제의 장점은 부실시공 등을 억제해 완공된 건축물의 품질향상을 유도한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크게 와닿는 내용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15년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L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들에서 발생한 하자는 창호와 가구, 도배와 잡공사의 순으로 발생빈도가 많았지만, 이런 부분의 정상시공 여부를 80%의 공정수준에서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밖에 단열시공의 하자나 층간소음, 드물게는 건축물 자체의 중대한 결함 등도 실제 구매고객이 현장을 보더라도 쉽게 알만한 사안이 아니다.
게다가 이미 한국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통해 선분양자들을 보호하므로, 영화 ‘음식남녀’의 여주인공처럼 건설사의 부도로 인해 분양대금으로 납부한 돈을 날릴 걱정은 없다. 이 부분은 오히려 선분양제가 실수요자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한편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후분양제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종전의 선분양제는 건설업체가 분양자들로부터 선금과 중도금 등을 수령함으로써 공사자금을 조달하는 일종의 무이자대출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분양에 성공하고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사실상의 확정수익을 얻는 것이 주택분양사업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건설업체가 PF대출 등을 통해 직접 자금을 충당해서 공사를 선진행한다면 이 과정에 소요되는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며, 분양시점에는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가 조정될 것이다.
결국 최종 분양가는 선분양제에 비해 높아지며 이는 오롯이 구매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재개발과 재건축의 경우에는 높은 일반분양가로 인해 조합원에게 부과되는 추가분담금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분양시점에서 미분양이 다수 발생한다면 선투입된 자금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해당 건설업체의 사업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후분양제에서는 아파트라는 고가의 악성재고를 떠안는 일이 없도록 무분별한 건설사업을 지양하고 사업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분양사업이 계획될 것이다.
동시에 그 사업성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등이 결정되기에 바로 이 시점에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격차가 가시화될 수 있다. 따라서 후분양제가 시행된다면 수익성이 높은 다수의 사업안을 발굴하고 이를 근거로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능력이 건설업체의 필수역량으로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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